"베를린 소녀상 보존해야" 獨 베를린 미테구의회 결의안 채택

입력
2020.12.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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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3당 주축으로 압도적 찬성
내년 8월 넘어서까지 설치기한 연장
일본 정부 즉각 반발 "매우 유감"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영구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테구 의회가 전체 회의를 통해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고 내년 8월까지였던 설치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소녀상이 미테구에 계속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관련 결의안을 의결했다. 프랑크 베르테르만 의장(녹색당)은 “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이 다수결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 발의했으며 소녀상이 미테구에 계속 머물 수 있는 방안을 구의회의 참여하에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결에는 구의원 31명이 참여해 24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다. 베를린 연립정부 참여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 등 진보 3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기독민주당과 자유민주당에서 나왔다.

미테구청은 지난 7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피해 여성 인권의 문제란 점을 인정하면서 설치를 허가했고, 지난 9월 미테구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하지만 일본 측이 독일 정부와 베를린시정부 등에 잇따라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10월 7일 철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가 철거 명령을 보류했고, 이후 미테구의회는 지난달 7일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통과된 결의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 셈이다.

틸로 우르히스 좌파당 구의원은 의안 설명에서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성폭력이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며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 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막아야 하며 평화의 소녀상은 그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녀상의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부각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의 입장 및 그간의 대응과 양립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계속 여러 관계자에게 접근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하고 싶다”고 2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김진욱 기자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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