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률 상향의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테러로 암살된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센 파크리자데의 비극적 죽음에 자극을 받아서다.
APㆍ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 제한을 완화하고 새 원심분리기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이 1일(현지시간) 이란 의회에서 제1차 투표를 통과했다. 전체 290명인 이란 의회 의원 중 251명이 해당 법안을 찬성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전했다.
원자력 당국에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고, 나탄즈와 포르도의 핵 시설에 새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해당 법안의 핵심 취지다. 이미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한 이란은 2015년 미국과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하자 우라늄 농축 수준을 4.5%까지 높였다.
8월 발의된 뒤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이 법안은 파크리자데 피살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AP 통신은 이번 ‘몰표’를 놓고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데 대한 저항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장 이란이 핵 개발에 본격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해당 법안이 의회를 완전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 논의와 투표를 더 거쳐야 하고, 이란의 핵 관련 정책 결정 권한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쥐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계승한 차기 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정무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라늄을 무기에 사용하려면 90%까지 농축률을 올려야 한다.
앞서 이란군과 연계된 물리학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지낸 파크리자데가 지난달 27일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그는 ‘아마드 플랜’으로 불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란 정부는 파크리자데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엄중한 복수’를 천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