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2년 차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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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9년 11월 17일, 코로나19 감염병을 유발하는 ‘SARS-CoV-2’에 감염된 55세 남성이 중국 당국에 보고됐다. 이는 올해 3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중국 정부 문서를 뒤져 찾아낸 것으로, 신문에 따르면 이후 감염자가 하루에 1~5명씩 발생해 12월 20일에는 확진자가 6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 우한(武漢)시 보건당국은 이듬해 1월 5일에야 코로나19 유행 사실을 공개하며, 12월 12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1월 9일 첫 발생 후, 28일 100명, 2월 10일 1,000명, 3월 20일 1만명, 4월 9일 10만명, 6월 29일 50만명, 9월 28일 100만명을 돌파해 현재 146만명에 육박한다. 올 한해 전 세계는 코로나19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겨울에 접어들며 다시 기세를 올리는 바이러스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 역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비슷하다.

□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 사람들은 자신이 잠재적 감염자인 동시에 전파자라는 이중적 공포를 겪었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이런 공포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협조해야 하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분리를 통한 단결’이란 도덕적 모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도덕적 모순 상황 속에서 피해는 ‘원격 근무’를 할 수 없는 취약 계층에 집중됐다.

□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조만간 보급돼 사태가 진정되면 단결과 거리 두기 간의 긴장이 해소될까. 저절로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다. 지난 1년 우리는 서로 책임을 다하고 공동의 희생을 공평하게 나누는 ‘공동체 원리’가 언제부턴가 망가졌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배타주의는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것도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통해 목격했다. 샌델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2년 차를 맞아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우리의 사회적 결속력과 존중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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