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의 발굴 조사 현장에서 신라인들의 유골이 또 나왔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성벽 토대와 몸통 사이 틈에서다.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사람이 제물로 쓰였다는 추정을 더 확실히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분석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사적 제16호 경주 월성의 서성벽 발굴 조사 과정에서 50대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성벽의 기저부 조성(성벽을 본격적으로 쌓기 전에 습지를 메우거나 대지를 견고하게 다지는 기초 공정)층과 체성부 성토(성벽의 몸통 부분을 쌓아 올리는 공정)층 사이에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건물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사용하는 ‘인신공희(人身供犧)’ 풍습과 성벽 축조 공정의 연결성을 드러내는 발견이라는 게 문화재청 판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성벽 발굴 조사는 성 내부로 들어가는 문지(문의 흔적) 확인을 위해 시행됐지만 문지는 이미 유실된 상태였다”며 “인골 확인 이후 기존 문지 조사의 한정된 범위를 주변 일대로 넓혀 인신공희와 관련된 정황 자료와 성벽 축조 공정의 세부적 순서를 파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인신공희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건 3년여 전이다. 2017년 5월 경주문화재연구소가 얼굴 주변이 나무껍질로 싸여 성벽 바닥 토층에 정연하게 누운 상태로 묻혀 있는 신라인 2명의 유골을 찾아냈고, 이를 장례 의식이 포함된 ‘사람 제사’의 흔적으로 간주했었다.
계림(첨성대ㆍ월성 사이 숲)을 지나 월성으로 올라가는 통행로가 대상인 이번 조사에서는 도로 유구(자취)와 건물지, 석축 해자(垓子ㆍ성 주위를 둘러 판 못)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1호 석축 해자가 하나가 아닌 두 개고, 두 해자 사이는 월성과 북쪽의 계림을 잇는 도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월성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확인된 도로 유구는 5m 이하의 소형 도로로 추정된다. 국가 제의 공간과 관련된 계림 및 황남동 대형 건물지 유적과 통하고 있어 왕궁 내부 도로망에 대한 자료로서 중요하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또 1호 석축 해자가 1-1호 석축 해자와 1-2호 석축 해자로 구분되는 양상이 파악된 만큼 향후 해자 복원 정비 공사에 전기(轉機)가 마련될 거라고 문화재청은 기대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측은 “앞으로 서성벽 축조 공정과 연계된 고환경 시료 분석과 유물 전수 조사 등이 진행되면 아직 베일에 싸인 월성의 축조 연대도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월성에서는 해자, 성벽(A지구), 월성 내부 건물지군(C지구)으로 나뉘어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 성과가 2016년 3월, 2017년 5월, 지난해 4월 등 세 차례 공개됐다. 월성 해자는 문화재청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추진단과 경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정비 공사를 시행 중이다. 계림ㆍ월성 간 진입로 발굴 조사는 지난해 9월 착수됐다.
이번 발굴 조사 성과는 이날 오후 2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