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3주만에 "정권이양 협조" 백기 들었다

입력
2020.11.24 09:02
"연방총무청과 참모들에게 지시"
GSA, 바이든에 정권인수 개시 통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과 참모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로의 정권 이양에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선 관련 법정 싸움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패배 승복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한) 우리의 소송은 강력하게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잘 싸울 것이고, 이길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에밀리 머피 GSA 청장과 그의 팀이 원래의 절차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하도록 권고한다. 내 팀에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대선 이후 3주 가까이 불복 투쟁을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그는 “머피 청장의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며 “그와 가족, GSA 직원들이 위협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같은 날 CNN방송 등 미 언론은 자체 입수한 서한을 인용, 머피 청장이 바이든 당선인 측에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인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됐음을 통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서한에서 머피 청장은 “나는 주어진 법률과 팩트를 기반으로 독립적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백악관과 GSA를 포함, 행정부에서 일하는 어떤 관료로부터도 내 결정의 시점과 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GSA는 미 대통령직 인수법(Presidential Transition Act)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하고 새 행정부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머피 청장이 바이든 당선인 승인을 미루면서 정권 인수를 위한 자금과 인력이 인수위에 제공되지 않았고, 국가 안보 등 정부 업무 연속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P통신은 “GSA가 바이든 당선인을 ‘분명한 승자’로 확인했다”며 “내년 1월 20일 취임까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정권을 인수 받기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