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책 ‘대못 박기’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 조기 철수와 사형집행 등 나라 안팎으로 주요 정책을 강행하더니 이번엔 군비 축소를 위한 국제조약 탈퇴를 단행했다. 유야무야 폐기되는 듯 했던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퇴출도 다시 메뉴에 올렸다.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항공자유화조약(OST)에서 공식 탈퇴했다고 발표했다. 6개월 전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선언한 탈퇴 통보의 효력이 이날부터 발생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인근의 비행을 제한하는 등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조약 탈퇴를 통보했다. 1992년 체결된 OST는 회원국 간 자유롭게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총 34개국이 가입해 있다.
OST는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이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 번째 군축 관련 국제조약 탈퇴다. 미국의 탈퇴로 고급 정찰정보에 접근할 길이 막히면 가장 타격을 입는 유럽 동맹국들은 끝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미군이 위성 등으로 확보한 정찰정보 일부를 유럽 동맹에 계속 제공하겠다”며 탈퇴를 강행했다. 물론 미국이 조약 탈퇴 전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임기가 두 달도 안 남은 트럼프의 고집스러운 외교 행보는 또 있다. 이날 베트남을 방문 중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법원 제동으로 보류된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가 결국 시행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 7월부터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과 위챗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를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 전면금지 행정명령에까지 서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연이은 제동으로 금지 조치가 지연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행정명령은 폐기되는 분위기였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다른 중국 앱에 대한 추가 조치까지 시사하면서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금지는 성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대(對)중국 압박 기조를 이어갈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