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치열한 지략 싸움을 펼치는 김태형(53) 두산 감독과 이동욱(46) NC 감독의 리더십 색깔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카리스마형 리더 김 감독은 언론을 통해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반면 부드러움을 내세우는 이 감독은 선수들이 기 죽지 않도록 최대한 말을 아껴 끌고 가려고 한다.
2015년 두산 사령탑 부임 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을 일궈낸 김 감독은 단기전에서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인다. 선수가 난조를 보이면 주저 없이 빼고 컨디션 좋은 선수들 위주로 운영한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김 감독의 전력 구상에는 두 투수 이영하, 유희관이 지워졌다.
두산 마무리 이영하는 18일 2차전에서 팀이 5-1로 앞선 9회말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갔으나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4안타 2볼넷 3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21일 4차전에서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초 1사 1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선발 김민규를 구원 등판했지만 4번 양의지, 5번 강진성에게 잇달아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또 무너졌다. 이에 김 감독은 4차전 0-3 패배 후 “이영하는 안 쓰면 된다”며 특유의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전력 외 선수로 전락한 8년 연속 10승 투수 유희관도 한국시리즈에서 쓰임새를 잃었다. 유희관은 13일 KT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부터 극심한 제구력 난조 속에 3연속 안타를 맞고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정규시즌에서 유희관이 NC에 강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넣었지만 현재는 ‘패전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김 감독은 시리즈 내내 유희관의 기용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오면 ‘(감독이) 쓰는구나’ 하면 된다”며 추가 질문을 차단했다.
2019년 NC 지휘봉을 잡고 부임 2년차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뤄낸 이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단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한국시리즈 들어 매 경기 나오는 야수 실책과 단기전 베테랑 3루수 박석민의 치명적인 실책에 이 감독은 3차전 종료 후 “실책은 긴장해서 나올 수 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단기전에서 특히 동반된다. 최대한 컨트롤하는 수밖에 없다”며 감싸 안았다. 4차전에도 실책이 또 나오자 “잘하려고 하다 보니 흔들린다. 우리 것을 찾아가면 좋은 수비가 나올 수 있다”고 격려했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포를 터뜨리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고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시상식, 인터뷰에 불참한 NC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의 ‘노 마스크’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이 감독은 “알테어는 컨트롤하기 어려운 선수가 아니다”면서 선을 그은 뒤 “그 문제는 개인적인 부분이라 선수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선수단 내부 일은 말을 아끼면서 외부와는 강하게 부딪쳤다. 4차전에 두산 정수빈의 번트 시도 때 몸에 맞는 공 관련 비디오 판독이 번복되지 않자 ‘스윙이 아니냐’며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판독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시간이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