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野 비호감" 김세연 "몰락의 끝 아냐"... 보수혁신 한 목소리

입력
2020.11.22 19:30
安 유튜브 채널 '안박싱'서 야권 혁신 대담
文정권엔 "민주주의 위기" "부끄러움 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현 정권을 비판하며 보수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안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안박싱'에 이날 '안철수X김세연 혁신 토크 1편-야권 혁신 위해 함께한다' 영상을 올리고 지난 17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진행한 김 전 의원과의 대담을 공개했다.

안-김 "文정권, 잘못 인정 안 해 상황 악화"

먼저 안 대표와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의원은 "촛불혁명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 출범한 정부임에도 행태가 이전 정부와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본질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며 "민주주의가 건강해지고 있는지 확신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보수정권에서는 국민적으로 많이들 갖고 있는 인식(을 인지하고), 그로 인해 최소한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부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우린 아무 문제 없다'고 큰소리치지는 않았다"며 "위선의 면이 훨씬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도 "한 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전에는 능력이 부족해 일을 잘못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진보든 보수든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고 부끄러움을 알았다"면서 "이번 정권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잘못된 일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3년 반 동안 부동산 정책 24번을 냈다는 게 정책 실패의 증거"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책 실패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데, 2가지 조치 없이 24번째 정책을 발표하니 상황이 악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어느 정부든 각자 추구하는 노선과 정치 철학에 따라 인재풀에서 주요 보직을 채워 국정을 운영하지만, 지나치게 좁은 세계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이 전면에 나서 본질이 아닌 것에 국정 난맥상을 키우는데,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용인하는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 역시 "좋은 인재풀을 쓰지 않는데다, 비전문가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월급 많이 주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고 다주택자에 세금 폭탄을 때리면 집값이 떨어진다 한다"며 "경제시스템은 복잡한데 비전문가 입장에서 단순하게 봐서 국민 전체를 실험실에 갇히게 했다"고 봤다.

김 "보수, 생태주의·페미니즘까지 포용해야"

안 대표와 김 전 의원은 야권 혁신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 대표는 "여야 대결 구도가 호감 대 비호감, 신사 대 꼰대, 민주 대 적폐 대결 구도가 유지되는 한은 (여권을) 이길 수 없다"며 "한방에 이미지를 바꿀 방법은 없고 쌓여가면 어느 순간 대결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통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양쪽 다 비슷한데 어떻게 소통과 공감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1야당만으로는 정부·여당을 견제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드니 야권 전체 힘을 합해야 겨우 비등비등한 정도"라며 "제1야당 뿐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분들도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전통적 보수정당 이념에서 훨씬 확장해 생태주의, 페미니즘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존 보수정당 주류에선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텐데, 이런 대목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지금이 몰락의 끝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의 '야권 혁신 플랫폼'을 두고는 "혁신 경쟁 또는 협력을 하기 위한 큰 플랫폼을 만들어 당을 하나로 합치기보단 대화와 협력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결과보다는 대화 과정에 중점을 두고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원적, 합리적 정치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야권 혁신을 위해 안 대표와 힘을 합치겠느냐'는 물음에는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구체적인 특정 캠프만을 위해 일한다 생각하기보단 우리나라와 공동체 전체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좋은 방안을 찾아내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응원하고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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