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 기다리는 K바이오] 코로나19 치료제 연내 임상 결과 기대…췌장염 약을 항바이러스제로

입력
2020.1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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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근당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임상시험이 잇따라 실패 또는 중단됐던 지난해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공들여 축적하고 도입해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기술과 제품들을 기획시리즈로 소개한다.


종근당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은 올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한 임상시험 2상을 승인받았다. 이어 8월엔 러시아에서도 임상 2상 허가가 나왔다. 중증 환자에게 쓰는 약이라 국내에선 아직 임상 참여 환자를 모집하는 중이지만, 러시아에선 이미 투여가 시작됐다. 러시아에서는 중등증과 중증 폐렴 환자 100여명에게 나파벨탄을 10여일간 투여해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속도라면 러시아 임상은 연말쯤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종근당 측은 내다보고 있다. 임상이 성공적일 경우 종근당은 국내외에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 신청할 예정이다.

나파모스타트는 일본 제약사 토리이가 췌장염 치료와 혈액 응고 방지용으로 개발한 성분이다. 특허가 만료된 뒤 여러 제약사가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었는데, 나파벨탄도 그 중 하나다.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한다. 세포 침투가 어려워진 바이러스는 증식이 불가능해 결국 사멸하게 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나파모스타트가 사람 폐 세포에서 이 같은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고, 이를 근거로 종근당은 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국내 임상에 들어갔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외에도 해마다 다수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엔 임상 23건을 새로 승인받았는데,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수치였다. 올해 역시 8월까지 18건의 임상을 허가받으며 신약 연구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해외에서도 신약 임상을 여러 건 진행하며 세계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신약 후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면역작용을 조절하는 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이는 이 신약은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마친 상태다. 새로운 작용 원리로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올 6월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들 신약은 각각 기존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종근당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후보물질은 유럽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껏 치료제가 없던 희귀 유전질환이라 이 임상 결과에 세계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종근당 관계자는 “주요 신약 후보물질의 해외 임상이 순항 중”이라며 “오랜 연구개발 노력이 곳곳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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