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앞으로 새로 발생할 중환자를 모두 제때 치료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중환자 치료 병상을 600병상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의 확산세라면 당장 내주부터 병상 부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환자 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며 위중증 환자도 84명(20일 기준)으로 늘었다”며 “즉시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중환자병상은 19일 기준 총 112개로 현재는 중환자 치료의 여력이 있는 상황이나, 중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기에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환자 전담 치료 병상을 200여 병상까지 확보하고 내년 1분기까지는 146병상, 내년 상반기까지는 231병상을 추가 확보해 총 600여 병상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증상이 호전된 중증환자는 일반 병상으로 옮기고, 중환자 치료를 위한 간호 인력도 연말까지 400여명 양성해 중환자 치료 여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감염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현재 중환자 치료 병상이 다소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발병 후 7~10일 경과 상태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코로나19의 임상 경과를 감안하면 남아 있는 중환자 병상은 1,2주 내에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의료자원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위중·중증 환자는 1주일 전인 12일만 해도 50명이었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이날 8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확산세가 가팔라지면 중증환자 수도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수는 전체 확진자의 약 3%로, 하루 확진자가 300명이면 이 중 9명은 중증환자로 발전한다. 특히 유행 속도가 빠른 서울은 국가 지정 중증환자 전담병상 53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18개(33%)뿐이다.
하지만 중증환자 병상을 단기간에 확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 1,2개를 확충하려면 일반 병상 4,5개 정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병원 내에서 다른 환자와의 동선을 완벽히 분리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또 병동 한 곳을 코로나19 중증환자용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의료체계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 인력 수급도 문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병상을 위한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더 힘든 게 의료 인력을 구하는 것”이라며 “몇 달 간 비상상태가 지속되면서 의료진이 너무 지쳐있고, 코로나19 전담 병상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는 중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한감염학회는 “단기간에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역량을 개선시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가용한 의료 역량 내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중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