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국민의힘·국민의당 의원들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현재의 한국 정치 현상을 '1930년대 나치 상황'에 빗대어 작심 비판했다. 야권을 향해서는 '새로운 서사를 가진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기'를 주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여의도에 있는 협동조합 하우스에서 열린 '탈진실의 시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탈진실(Post-truth)'이 전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강연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민미래포럼이 주최했다. 진 전 교수는 "오늘날 대중은 듣기 싫은 사실보다 듣기 좋은 허구를 원하는데, 마치 1930년대 나치에서 괴벨스가 소프트한 형태로 선동하는 것과 같다"며 "특이한 점은 외국은 대부분 극우가 그러는데, 한국은 리버럴(자유주의) 정당 사람들이 이걸 한다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트럼피즘' 현상이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편한 진실보다 듣기 좋은 허구를 추구하는 '탈진실' 현상이 한국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51%가 49%를 이기는 한국 선거에서 이제 (정당은) 중도층을 포기하게 됐다"며 "사실을 갖고 중도층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40%대 지지율이 깨지지 않는 것도 이 점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표창장 위조 사건 등을 거론하며 "거짓말로 드러나도 공식적으로는 아닌 것으로 유지해 지지층만 잡아두면 통치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그래서 사과를 안 하고 매번 힘으로 돌파를 한다"고 설명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놓인 야당에 대해서는 '중도의 시각에서 새로운 보수의 서사를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를 거론하며 주52시간제 유예를 주장한 윤희숙 의원을 에둘러 지적하며 "비판만 가지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안"이라며 "진짜 싸움은 자기와의 싸움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입법 활동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