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25만명을 넘어섰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권력'은 손을 놓고 있고 '미래 권력'은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별다른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윗만 계속하며 백악관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만나 눈물까지 쏟았지만 대통령직 인수 절차도 공식화하지 않은 터라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신 개발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당분간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18일(현지시간) 오후 6시 현재 미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25만426명이었다. 17일 하루 사망자만 1,707명으로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근래 확진자가 급증세인데다 특히 입원환자도 많아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 추세라면) 지금부터 2, 3주 뒤에는 하루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를 수 있다"(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경고가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공식 일정이 없었다.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대한 발언이나 지시도 따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날 하루에만 18개의 트윗을 올렸다. 그런데 여기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트윗은 하나같이 조지아·미시간·위스콘신주(州)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의 반복이었고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민주당을 공격하고 언론도 싸잡아 비난했다. 미 CNN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 속에서 버티는 것과 같은 심리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심지어 바이든 당선인 측과 코로나19 협력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CNN은 "(코로나19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바이든 인수팀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장관도 연방총무청(GSA)이 당선 사실을 1차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바이든 당선인 측과 일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있는 보건의료·과학자 그룹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측의 비협조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이라며 "우리에게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백신을 개발한 두 제약회사와 관련된 계획이 수주 내지 수개월 지연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미네소타주의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코로나19 희생자가 가족으로부터도 떨어진 채 홀로 죽어 가는 순간 손을 잡아 줬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실질적인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공감을 표하고 이를 위로하는 최고 지도자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신이 언제 나올지, 어떻게 분배할지,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지 등 3억명의 미국인과 국경 밖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계획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시점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협조로 대통령직 인수 절차가 공전되면서 실질적인 행정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데 따른 무기력증만 노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화상으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1, 22일에는 역시 화상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공히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대응 협력이 주요 의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