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 한파로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급감하면서 올해 3분기 가구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전체 가구의 소득하락을 막았지만, 아동 돌봄지원금 등이 아이가 많은 일부 고소득층에 몰리면서 소득 격차를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고용시장과 자영업황 부진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1%, 1.0% 감소했지만, 공적 이전소득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폭인 29.5%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마련한 2차 재난지원금으로 이 기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긴급 생계지원 △아동특별돌봄지원 등을 지급했다.
전체 소득은 늘었지만 소득 격차는 악화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 감소한 반면, 상위 20%(5분위) 소득은 1,039만7,000원으로 2.9% 늘었다. 이에 따라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3분기 4.66배에서 올해 4.88배로 0.22배 포인트 확대됐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본 2분기(4.58→4.23배)와 달리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감소 때문이었다. 올해 3분기 1분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5만3,000원으로 1년 사이 10.7% 줄었다. 사업소득 역시 8.1% 감소한 27만6,000원에 그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이 많은) 임시, 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줄었고, 음식·숙박업 등 업황 부진으로 사업소득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5분위 근로소득은 0.6% 감소하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늘었다.
공적 이전소득은 이 같은 소득 격차를 일정 부분 완화하기는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3분기(7.20배) 대비 1.04배 포인트 확대된 8.24배였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등으로 분배하면서 소득 격차가 3.36배 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피해 계층을 위주로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2차 재난지원금이 특성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 중학생 이하 아동 돌봄지원비로 15만~20만원을 지급했던 아동특별돌봄지원 등은 자녀 수가 많은 고소득층 가구에 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지원금도 소득 수준이 아닌 매출 감소를 기준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공적 이전소득 증가율은 5분위(40.3%)와 4분위(63.5%)가 1분위(15.8%), 2분위(27.5%)보다 오히려 더 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재정지원만으로 소득분배 악화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사이 소비는 큰 폭으로 위축됐다. 3분기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다. '집 콕 소비' 영향으로 식료품·비주류 음료와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소비가 18.7%, 19.8%씩 늘었지만, 오락·문화(-28.1%), 교통(-12.4%), 음식·숙박(-6.6%), 의류·신발(-13.6%) 등 대면 서비스 관련 소비가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3분기 기준 가장 낮은 69.1%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2차 재난지원금 약발마저 떨어지는 4분기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4분기 소득분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기 가구 긴급생계지원 등을 통한 취약계층 보호,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연장 및 직접일자리사업 추진 등을 통한 일자리 보호 등에 각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