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신임 LG감독 "팬들의 사랑, '신바람 야구'로 돌려 드릴 것"

입력
2020.11.19 16:53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류지현 수석코치가 제13대 LG 감독에 취임하며 팬들에게 ‘신바람 야구’를 약속했다.

LG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류 감독의 취임식을 진행했다. LG는 지난 13일 LG에서 선수와 코치로 27년을 보낸 류 감독과 2년 동안 총 9억원에 계약했다. 류 감독은 1994년 1차 지명으로 입단, 11년 동안 유격수이자 1번 타자로 활약, ‘꾀돌이’란 별명과 함께 신인상을 받으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2005년부터는 지도자로 변신해 16년 동안 LG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다.

실제로 이날 취임식에선 유니폼 착복식이 생략됐다. 보통 구단 사장이 감독에게 새 유니폼을 입혀주는게 관행이지만 류 감독은 줄곧 LG 유니폼을 입어왔기에 원래 입었던 등번호 6번 유니폼을 입고 취임식장에 등장했다.

류 감독은 “프랜차이즈 1호 출신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LG는 생명이자 가족 같은 팀이다. 내 색깔을 내세우기보단 선수 사이에 스며들어 잠재력을 끌어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바람 야구’를 강조했다. 그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장 안에서는 선수가 신이 나야 한다"면서 "선수들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면 팬들도 함께 신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바람 야구를 위해 필요한 점'에 대해서는 “그간 세밀한 야구가 조금 부족했고 이로 인해 중요한 고비를 못 넘는 장면이 나왔다”면서 “마무리 캠프와 내년 스프링 캠프 준비 기간이 다소 부족하지만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현재 팀의 장점에 대해서는 안정된 라인업과 두꺼워진 선수층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백업 활용도를 더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는 우승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승은 말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우승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주장 김현수에 대해 “내년에도 주장은 김현수”라며 각별한 믿음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김현수가 LG에 와서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라며 “앞으로도 이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김현수 만한 주장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김현수를 만났는데 기꺼이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류지현호’에 탑승할 새 코치진 인선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빈자리는 투수ㆍ불펜ㆍ배터리ㆍ주루 코치 등 7자리인 가운데 김동수 수석 코치만 확정됐다. 류 감독은 “내가 투수 출신이 아닌데다 전임 감독님들 또한 야수 출신이셨다”면서 “오랜 기간 배터리 코치를 지낸 김 수석코치께 도움을 받을 생각”이라며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인선은 계속 진행 중이며 내부 인력은 물론 외부 영입도 생각 중이다. 좋은 조합을 만들겠다”라고 덧붙였다.

고 구본무 회장과의 추억도 떠올렸다. 류 감독은 “94년 입단 당시 부회장이셨는데 선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면서 거론하셨다”면서 “또 1년에 한번 진주 외가댁에 선수단을 초대하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얼마나 야구 애정이 각별하셨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고인께 우승을 선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감독 취임 소식에 팬들도 반겼다. 실제로 이날 구단 사무실에는 ‘오빠에게 낚여서 27년째 엘지팬’이라고 적힌 화환이 배달됐다. 또 90년 LG 창단 이후 홈경기에 빠짐없이 관전했던 ‘90세 열성팬’ 신계순 할머니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신 할머니는 ‘94년 신인 3인방’(류지현, 서용빈, 김재현)의 열성팬으로 알려졌다. 류 감독은 “아흔이 넘은 신 할머니가 아드님과 함께 (취임식장에) 오셨는데 이 이상의 축하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이제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팬들께 돌려드리는 일만 남았다. 많이 웃고 즐거울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