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문제로 고용노동청 수사를 받는 한국택시협동조합 '쿱(coop) 택시'에 1억원이 넘는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관기관 사이의 소통 부재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 심사 및 사후모니터링에 관한 허점으로 국고보조금이 새 나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로 불린 쿱 택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5억원 가량의 조합원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2015년 출범한 쿱 택시는 기사들이 2,500만원씩 출자금을 내 조합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된다. 첫해 평균 차량 가동률 97%를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2017년 말부터 조합원 간 내부갈등이 불거지면서 경영 악화가 지속됐다. 지난 10월부터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한편,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임금체불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임금체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근로복지공단이 쿱 택시에 1억원이 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해왔다는 것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총 1억2,055만원이 지원됐다. 고용노동부 규정에 따르면 임금체불이 발생 중인 업체에 대해서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할 수 없다. 쿱 택시 측에서는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 사업장일 경우 환수될 수 있다'는 규정을 알고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월 공단으로 직접 제보가 접수되고 나서야 자금 지급을 중단했다. 공단 관계자는 "임금체불이 최초로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공단에서 체불을 인지하는 시점에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고 해명했다. 공단이 알지 못하면 임금체불 사업장에 국가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금이 적합한 대상에게 지급되지 않는 등 사후 관리 체계도 부실했다. 쿱 택시에 지급된 1억2,055만원 중 90%가 넘는 1억470만원은 지난해 회사에 남아 있던 조합원 규모를 기준으로 받은 몫이다. 하지만 해당 자금은 당시 조합원들이 대거 퇴사한 후 현재 남아 있는 직원들이 회사에 빌려준 돈을 갚는 용도로 사용됐다. 조합 관계자는 "차입금을 갚는 게 더 급하다고 생각해 지원금을 전부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이 취지와 다르게 사용된 것에 대해 정부는 용처를 일일이 따져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 후 어떻게 쓰였는지는 외주업체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따로 살펴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익 제보 등을 통해 외부적으로 문제가 알려지지 않는다면 정부기관에서 먼저 일자리 안정자금이 부정하게 사용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다.
임금체불 업장에 투입된 일자리 안정 자금을 환수하기도 어렵다. 공단 관계자는 "처음 신청할 때부터 임금체불이 있었는지 사업장에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며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는 규정은 없고 지원을 중단하는 지침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안정자금 운영 방침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임금체불 문제가 만성이 아니라 급성인 사업장이 많다"며 "보조금을 필요로 하는 업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공단과 고용노동청이 연계해 업체 상황을 세부적으로 따져 적합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