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소식까지... 급등한 부산 집값 더 들썩인다

입력
2020.1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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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등하던 부산 아파트값이 가덕도신공항이라는 상승 기류까지 타게 됐다. 여당이 특별법 제정까지 공언한 만큼, 개발 기대감은 더 치솟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비규제지역인 탓에 투기세력도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조짐이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부산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56% 급등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단위 최고 상승률이다. 전주보다 한 주 사이 0.19%포인트나 상승률이 치솟은 영향이다.

이처럼 이미 불붙은 부산 집값에 신공항이 기름을 붓고 있다. 실제 신공항 후보 부지인 가덕도가 위치한 강서구의 아파트값은 9일 기준 전주 대비 0.21% 오르며, 지난해 9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17일 총리실과 여당을 통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기정사실처럼 되면서, 부산 집주인들은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가덕도 인근 명지동을 신공항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는다. 이곳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몇 개월 사이 집값이 1억원 올랐는데, 호가는 거기에 2억원이 더 붙었다"며 "신공항 관련 매수 문의는 쏟아지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일찌감치 매물을 거두면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최근 실거래 가격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명지동 '더에듀팰리스부영' 전용면적 135.80㎡(15층)는 11일 11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에서 처음 10억원을 돌파한 거래였다. 올해 2월 가격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 무려 5억2,5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부산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비규제지역에서 시세 9억원 이하 주택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 또한 중과되지 않는다. 부산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면 해제됐다.

자연스레 부산으로 투기 자본이 모여드는 조짐도 감지된다. 명지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아파트 매수자의 30% 정도는 투자자"라며 "이곳에서 거주할 생각이었던 실수요자만 울상"이라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영구 아파트값은 지난 9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1.13%, 해운대구는 1.09% 급등했다. 두 곳 모두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개발 호재 등의 영향으로 부산 전체에 가격 상승 기대감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조만간 부산을 다시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투기 자본이 규제를 피해 지방 광역시로 이동하는 것을 통계로 확인했다"며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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