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北 김정남 아들, 네덜란드서 미국 CIA가 데려갔다"

입력
2020.11.17 20:30
한국계 미국인 작가, 반북단체 자유조선 인터뷰 
"부친 피살 후 네덜란드행…CIA  만나고 행적 묘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후 아들 김한솔이 네덜란드로 도피했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만난 후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한솔의 탈출을 도운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그가 당초 네덜란드에서 난민 지위를 얻으려고 계획했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미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의 기고 '북한 정권을 뒤집으려는 지하운동'에 따르면 네덜란드 망명 신청을 원했던 김한솔이 2017년 마카오를 탈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이동했으나 CIA 요원과 접촉한 이후 사라졌다. 수키 김은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모처로 데려갔다고 여러 관계자들이 확인해줬다"면서 "(김한솔 가족을 데려간 곳이) 네덜란드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자유조선의 수장인 에이드리언 홍 창은 수키 김과의 인터뷰에서 김한솔의 마카오 탈출을 지원했으나 네덜란드 도착 후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홍 창에 따르면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이 암살 당한 후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마카오를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홍 창에게 요청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에 살해됐다. 김한솔의 요청을 받은 자유조선 측은 단체 일원인 전직 미 해병대원 크리스토퍼 안을 보내 대만 타이베이공항을 거쳐 네덜란드로 향하는 김한솔 가족과 동행토록 했다.

네덜란드행 비행기 탑승은 수월하지 않았다. 표 검사를 하던 직원이 돌연 "너무 늦게 와 탈 수 없다"고 거부한 것. 크리스토퍼 안이 아직 탑승 중인 승객이 있다며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공항에 대기하던 김한솔 가족 앞에 CIA 요원 2명이 나타났고 이들은 이튿날 네덜란드행 비행기표 예매까지 도왔다고 홍 창은 설명했다. 이후 김한솔 가족은 '웨스'라는 한국계 미국인 CIA 요원과 함께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홍 창은 당시 김한솔에게 난민지위 신청 의사를 확인한 뒤 자유조선 인사와 변호사를 김한솔이 묵고 있던 호텔로 보냈으나 끝내 김한솔과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홍 창은 과거 김한솔을 만났을 당시 그가 명품 브랜드인 구찌 신발을 신고 있었다며 "김정남이 생전에 얼마나 많은 현금을 숨겨둔 것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한솔의 여동생을 만난 크리스토퍼 안은 여동생에 대해 "영어가 매우 유창해 평범한 미국의 10대 같다"고 회상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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