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5일 참의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도쿄올림픽 때 일본을 방문하면 회담에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좋은 기회"라고 답했다.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그가 김 위원장의 방일을 반기는 건 당연하다.
때마침 한국이 돕겠다고 나섰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회장단이 지난주 스가 총리를 만나 도쿄올림픽 관련 협력을 제안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조성과 동시에 교착 상태인 남북 및 북미대화의 돌파구 모색 차원이다.
일본 측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13일 위성방송에 출연해 "(한일 간) 외교 활로를 찾는데 도쿄올림픽을 활용하겠다는 건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12일 의원연맹 면담에서 "흥미롭다"고 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외교 성과까지 거둔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올림픽을 매개로 한 협력이 양국의 현안 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신중하다. '현금화 방지' 같은 약속 없이는 여론 설득이 어렵고 아직까지는 올림픽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면담에서 강제동원 배상과 관련한 진전된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국제법 위반'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담한 쪽은 일본 언론이다. 도쿄올림픽을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자는 한국 측 방일 인사들의 제안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오로지 강제동원 배상 해결책을 가져왔는지 여부로 시비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한 등을 '올림픽의 정치적 이용'으로 치부하며 한국을 비판했다. 지금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기대감을 표한 스가 총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통해 북일 및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것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