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청객이 물어다 준 '박씨' 덕분에 국내 게임업계가 역대급 실적이라는 과실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다. '3N'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게임업체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이미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만 놓고 봐도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16일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합이 1조8,609억원으로 집계돼 이미 지난해 연간 총 매출(1조7,102억원)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세 분기만으로 6,681억원을 기록해 기존 사상 최대 연간 영업이익이었던 2018년의 6,149억원을 훌쩍 넘겼다. 무난히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사 이래 첫 '2조 클럽' 가입이다.
엔씨소프트의 무서운 성장 뒷배경에는 1년 내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 2위를 대부분 차지한 '리니지M 형제'가 버티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인기가 높아지면서 리니지M·리니지2M은 왕좌를 더욱 굳건히 수성했다.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은 올해 3분기 3주년 기념 업데이트를 계기로 2018년 1분기 이후 최대치인 2,452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리니지2M은 초반에 비해 다소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단독으로 1,445억원을 벌어들여 전체 PC온라인 부문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두 게임이 3분기 동안 벌어들인 매출만 1조2,999억원에 달한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달 말 리니지2M 1주년 기념 대규모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어 4분기 실적도 기대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카트라이더'와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등 유서 깊은 지식재산권(IP)을 등에 업은 넥슨은 올해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분기까지 넥슨 매출 합은 2,266억엔(3분기 기준환율 적용 시 약 2조5,318억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2,485억엔)에 거의 근접했다. 영업이익 합은 959억엔(약 1조715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945억엔)는 넘어섰으며, 2018년 기록한 사상 최대 기록(984억엔)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넥슨은 올해 연매출이 2,921억엔(약 3조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3조원 벽을 뚫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원래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올해 8월 중국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던전앤파이터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연매출 1조원 이상을 혼자 책임져 오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모바일 버전에 대한 넥슨의 기대감도 높았다. 중국 내 사전 예약자만 6,000만명을 넘기며 넥슨의 하반기를 책임져줄 적임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출시 하루 전날 돌연 서비스 일정이 연기된 이후 아직까지도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이에 대해 "던파 모바일 출시 연기에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넥슨의 운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력한 IP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호실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넷마블은 4년 연속 연매출 2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3분기까지 넷마블 실적 총합은 매출 1조8,609억원과 영업이익 1,895억원으로, 아직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연매출은 2조원을 넉넉하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신작 흥행 효과가 다른 두 회사보다 적었던 넷마블이지만, 올해 들어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 대비 늘어난 71~75%를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코로나19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셈이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게임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올 2분기 북미 지역 공격적으로 마케팅 예산을 늘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