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덧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커브를 그리고 있다"라고 15일 전했다. 약 100년 전 수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19도 2차 유행이 더욱 혹독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려스러운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북반구는 겨울철에 접어들며 코로나19가 발병 초기인 올해 봄보다 더 가파르게 확산, 사실상 2차 유행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계절적 영향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스페인 독감의 모습을 보았음에도, 1차 유행을 겪었음에도 다시 이러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것만 대비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설마 또 그러겠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앞서 여러 차례 과거 스페인 독감의 사례를 들어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H1N1)에 의한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1차 유행)과 가을·겨울(2차 유행)을 거쳐 크게 확대했다. 특히 2차 유행이 대재앙으로 기록되는데 약 5,00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자신의 잇따른 경고에도 최근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200명을 넘어서는 등 겨울 대유행의 서막이 오르는 모양새를 보이자 이 교수는 허탈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양치기 소년이 되고 보니 외롭기도 하고, 진짜 양치기 소년마냥 '위기다'라고 해도 이제는 귀 기울여주는 분들은 페이스북 친구들 외에는 없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역 당국 역시 서울 및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시동을 걸며 고삐를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