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숙에 요가까지…특급호텔들의 코로나 생존기

입력
2020.11.16 04:30
9월 방한 외국인 작년보다 95% 줄어
외국인 비즈니스에 기대던 사업모델
내국인 중심 서비스로 전환 줄이어

얼마 전 호텔업계에선 신라호텔의 소식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15일 서울신라호텔이 요가와 다도 수업을 운영한다면서 밝힌 유사 상품 개발 계획 때문이다. 숙박업이 핵심인 특급호텔에서 숙박 외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에서다.

호텔업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타격이 컸던 이유는 다각화하지 못한 사업모델 탓에 위험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한 영향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려면 이전처럼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에 의존할 게 아니라 내국인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고급호텔들이 숙박, 레스토랑뿐 아니라 장기투숙, 운동 및 문화 프로그램 등 국내 이용자들을 위한 이색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과 같은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내국인 상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추세다.

서울신라호텔의 요가와 다도 프로그램은 호텔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상품이다. 영빈관이 내려다보이는 팔각정에서 차를 맛보고 야외 공원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메리어트호텔 서울은 이달 객실들을 태국풍으로 꾸몄다. 직원이 태국말로 인사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태국 음식을 먹으면서 요가도 할 수 있도록 해 마치 해외여행을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준비했다.


롯데호텔은 17일부터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휴가도 즐길 수 있는 묶음 상품을 운영한다. 원격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면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부산과 울산, 제주도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지점에 따라 노트북PC 대여 및 인쇄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이용권 등이 제공된다. 서울 마포구 롯데시티호텔 마포는 내년 1월 31일까지 룸뿐 아니라 호텔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주는 4인용 상품도 운영한다. 국내에서 지인들끼리 오붓한 휴양을 즐기도록 준비했다.

내국인 이용객 모객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6만5,040명에 그쳤다. 이는 작년 9월보다 95.5% 급감한 수치다. 4월부터 내내 전년 대비 감소폭이 95%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다. 호텔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내국인들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친 사람들이 국내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호텔신라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가 지난달 7일부터 호텔에서 '한 달 살기 이용권' 등을 제공한 이벤트를 운영한 결과 1개월 동안 1만개 객실이 판매됐다. 지난해 비슷한 프로모션을 운영했을 때의 판매율보다 2배 높다. 신라스테이는 호텔 침구, 목욕가운, 어메니티 등을 보내주는 '신라스테이 비품 1년 정기 구독권' 행사도 진행 중이다. 호텔 투숙뿐 아니라 호텔 용품으로 자신의 방을 호텔같이 꾸미고 싶은 수요를 노린 상품이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올해 3~10월 투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용객 투숙 기간이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탓에 국내 여행이 증가하면서 호텔에서 장기간 머물고자 하는 이용객들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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