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 도전은 ‘감독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이끈다.
서울은 구단 스카우트를 맡고 있던 이원준(48) 감독대행을 선임했다고 13일 밝혔다. ACL 종료 시까지 임시 단기 계약이다. 스카우트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이유는 오로지 21일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하는 ACL 출전만을 위해서다. ACL은 AFC의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감독이 팀을 지휘해야 하는데, 외부에서의 감독 영입이 어려워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이 대행을 선임한 모양새다.
이원준 대행은 서울의 2020년 4호 사령탑이 됐다. 서울은 최용수(47)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7월 말 물러난 이후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데, 6월 팀에 합류한 김호영(51) 전 수석코치가 최 감독 사임 이후 감독 대행으로 선임됐으나 9경기만 이끈 뒤 9월 말 갑작스럽게 떠났다. 이후엔 박혁순(40) 코치가 새로운 대행으로 남은 K리그1 시즌을 치렀다.
프로팀 지휘 경력이 있는 김호영 전 수석코치는 P급 자격증을 보유했으나 박혁순 코치는 P급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은 ACL만큼은 새 감독을 정식으로 뽑아 나설 방침이었지만, 선수단 등록 시한인 14일이 임박하도록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서 결국 또 다른 대행을 선임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원준 감독대행은 1995∼1998년까지 서울 선수로 K리그 통산 35경기에 출전했다. 2001년부터 5년간은 독일에서 유학하며 독일축구협회 공인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서울에는 2006년 코치로 돌아왔고, 최근에는 스카우트로 활동 중이었다. 서울은 “새 감독대행이 기존 박혁순, 이정렬, 김진규 코치 등과 함께 17일 ACL이 열리는 도하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ACL 이전에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지연되고 있어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카타르에서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최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ACL을 치르는 동안에도 다음 시즌부터 팀을 이끌 신임 감독 선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