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확진자 74명, 72일만에 ‘최대’... “확산 양상 이전과 달라”

입력
2020.11.13 13:08
콜센터ㆍ클럽ㆍ교회 등 기폭제 없이 일상 속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취약한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서울의 신규 확진자가 74명까지 치솟았다. 이는 72일만에 최고치다. 이전에는 콜센터나 클럽, 집회, 교회 발 집단감염이 기폭제로 작용했던 것과 달리 현 확산세는 취약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 곳곳에서 지속되면서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일 하루 74명 증가해 13일 0시 기준 누적 6,57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2일 신규 확진된 74명은 사랑제일교회와 8ㆍ15 도심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했을 당시인 지난 9월 1일 10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한때 10명대로 감소했지만, 지난달 12일부터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이후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 이달에는 50명 안팎을 유지해오다 70명대까지 올라선 것이다.

특히 이날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시설로 손꼽히는 요양시설 관련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영향이 컸다.

먼저 노원구 재가요양서비스 관련해 새로운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가 10일 처음 확진된 이후 11~12일 함께 살고 있는 가족과 가족의 직장동료, 요양보호서비스 이용자 등 8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9명이 확진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선제검사에서 이용자 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집단감염이 확인됐던 동대문구 에이스희망케어센터에서도 시설 이용자와 관계자ㆍ가족ㆍ지인 등 12명이 뒤늦게 무더기로 확진됐다. 이들은 자가격리 도중 증상이 발현됐거나 해제 직전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시설과 관련해 현재까지 진단검사를 받은 161명이 가운데 52명이 양성, 109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중인 성동구 금호노인요양원 관련 확진자도 6명(입소자 5명, 관계자 1명)이 추가됐다. 방역당국은 코호트 격리 중에도 확진자가 계속 나옴에 따라 병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입소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봄부터 취약한 고리인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검사와 방역조치를 해오고 있지만, 한 사람이 감염되면 식사나 잦은 접촉 등으로 인해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남구 헬스장 3명, 강남구 CJ텔레닉스 3명, 성동구 시장 2명, 강서구 사우나 2명, 용산구 국군복지단 1명, 음악교습 1명, 강서구 가족 1명 등 각종 집단감염 사례에 확진자가 추가됐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무려 22명(29.7%)이나 됐다.



"집이 코로나19 확산 '중개기지' 역할... 전파 위험성 높은 식사 때 가급적 따로 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의 확산세는 이전의 구로 콜센터나 이태원 클럽, 사랑제일교회처럼 특별한 기폭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취약시설이나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동시에 지속되고 있어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본인도 알게 모르게 감염된 뒤 집에서 다른 가족에게 전파되고, 다시 직장이나 지인 모임, 다중이용시설 등으로 n차 감염이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이 일종의 ‘중개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좁은 집안에서 여러 식구가 춥다고 환기를 잘 안 하고, 식사 도중 대화하면 코로나19가 퍼지기 딱 좋은 ‘3밀(밀집ㆍ밀접ㆍ밀폐)’ 환경이 조성돼, 집이 학교ㆍ직장ㆍ교회ㆍ병원 등 다른 시설로 퍼지기 전 중간 거점이 된다”며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쉬운 경로인 식사할 때만이라도 가급적 따로 식사하거나 접시에 덜어 먹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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