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가 외면한 전태일 열사에 사과하는 의미에서 우리 당 최고위회의에 전태일 열사를 불러 그 외침을 함께 듣고자 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은 1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회의실에는서 '전태일의 편지'가 울려 퍼졌다. 편지를 읽은 이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민주당 최고위원. 박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고통받는 노동자를 외면하고 그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운을 뗀 후 편지를 읽었다.
박 최고위원이 읽은 편지는 전태일 열사가 1969년 12월 19일 적었던 진정서다. 당시 청계천 평화시장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하기 위해 노동청 근로감독관을 향해 썼다. 전 열사는 편지에서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 번영을 이룬 것이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시냐"며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걸 명심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열사는 평균 연령 18세인 여공들이 하루 15시간을 일하며 "인간적 요소를 말살 당하고 오직 고삐에 메인 금수처럼 주린 창자를 채우기 위하여 끌려다니고 있다"고 고발했다.
박 최고위원이 전 열사의 편지를 낭독한 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대한 당의 성찰을 촉구하면서다. 박 최고위원은 "산재 사망은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조법 개정 관련 우리 당 입장에 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빈번한 산업현장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케 하는 법이다. 민주당은 법안 제정과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하는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4년간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아 '후퇴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 최고위원이 노조법 개정안을 같이 언급한 건 노동계가 정부가 7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사업장 핵심시설 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노조활동을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 차원에서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취지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법에 반영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