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 대책, 택배사에 면죄부…여전히 15시간 노동"

입력
2020.11.13 06:57
김태완 과로사 대책위 대표 라디오 인터뷰 
"심야배송 제한해도 하루 15시간 근무" 
"10시 이후 몰래 '꼼수' 근무도"


정부가 12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사실상 택배사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 는 시간 노동 문제 해소를 위한 사업주 조치의무 강화, 주 5일 근무(토요일 휴무제) 추진, 표준계약서 도입, 불공정 관행 개선, 적정 수수료 제공을 위한 택배가격 구조 개선 등 몇 가지 대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태완 대책위 공동대표는 12일 저녁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법과 제도를 완결적 구조로 만들겠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생활물류 서비스법을 제정하고, 과로사 방지 협의회를 만들어 주요 조치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의 틀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는 몇 가지 대책은 택배기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택배사에게 오히려 장시간 노동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밤 10시로 하루 작업 시간 한도를 정해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면 하루 15시간을 노동하게 된다"며 "사실상 정식 노동근절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2.1시간을 작업하고 평균 작업량은 약 250건에 달하며, 일요일·공휴일 외에는 휴무 없는 주 6일 배송이 보편화돼 있다.

김 대표는 "한진택배에서도 심야배송을 중단하고 10시면 일을 차단하고 있는데, 실상은 대리점 소장들이 10시 전 배송·전산상황을 완료로 찍고 이 후에도 마저 다 배송을 하는 식으로 꼼수로 일을 하고 있다"며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분류 인력을 증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택배사들이 몇 군데서 그런 조치를 하긴 했는데, 실제 이행되는 문제는 다르다"며 "정부가 구체적으로 점검도 해야 하고 제도적으로 반영되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등 몇몇 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을 확보하고 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상황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산재보험과 관련 보험료를 택배사가 부담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는 이번 대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우리가 산재보험을 반만 내고, 택배사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안 낼 수 있다. 그 부분을 원천 차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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