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예당)에선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가 흘러나왔다. 이 소리는 콘서트홀에서도, 리사이틀홀에서도 나는 게 아니었다. 음악당 지하 1층에 새로 만들어진 '인춘아트홀(인춘홀)'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IBK챔버홀 이후 예당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새 공연장으로, 말하자면 예당의 막내 공연장이다.
막내답게 넓이 232㎡에 100여석 수준, 무대 넓이는 리사이틀홀의 절반 정도인 41㎡인 아담한 공연장이다. 대학로 소극장이나 작은 영화관을 떠올리게 한다. 실내악이나 독주회 등 살롱 음악회가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이날 개관 기념 공연도 그랬다. 연주자와 관객의 사이가 가깝다보니, 전체 좌석 가운데 중간쯤 되는 위치에서도 음악에 몰입한 연주자의 표정과 손짓이 또렷하게 보였다. 연주자도 그랬던 모양이다. 이날 연주자였던 첼리스트 이경준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배장흠도 "눈 앞에서 관객 반응을 볼 수 있어 소통이 편했다"며 "무척 따뜻한 공연장이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문정재도 "다른 악기의 소리도 잘 들리고, 조화도 잘 돼서 실내악과 궁합이 잘 맞다"며 "예당에서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말했다.
막내 공연장이라 최신 장비도 갖췄다. 대표적으로 무대 뒤에 폭이 7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연주 때는 해골이 추는 왈츠를 표현하기 위해 공동묘지 사진이, 피아졸라의 '망각' 때는 시련을 겪은 여인이 바라보는 밤바다 풍경이 나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은 "시각적 힘을 곁들이니 음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객석 자리마다 USB 포트가 설치됐고, 코로나19로 띄어앉기를 할 때면 일정 간격으로 의자가 접히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작은 공연장이다보니 아무래도 악기의 깊은 잔향이나 공간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 맛에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인춘홀은 지난 7월 인춘장학재단이 10억원을 기부하며 탄생한 공간이다. 예당 측은 기부자의 뜻에 맞춰 이 무대를 신인에게 적극 개방할 생각이다. 예당은 워낙 유명한 무대다보니 공연장 빌리는 일도 쉽지 않다. 심할 경우 대관 경쟁률이 500대 1까지 치솟기도 한다. 돈도 없고 지명도도 떨어지는 신인 연주자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송성완 예당 음악사업부장은 "인춘홀 대관 심사 때는 실험성과 다양성을 적극 검토하고 대관료도 리사이틀홀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 말했다. 예당은 연말까지 음향과 시설에 대한 보완작업을 끝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관 신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