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통상정책 칼날 휘두를 수장은

입력
2020.11.11 04:30
6면
통상부처인 무역대표부 수장에 후보들 물망 
자유무역 신봉 힐먼 전 WTO 상소위원 유력
현 라이트하이저 대표 유임 가능성도
"노동 환경 등 특정 성향 강한 후보는 부적합"


내년 1월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내각 인선작업에 돌입하면서 새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책임질 차기 무역대표부(USTR) 수장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세운 통상 정책 기조엔 다자무역체제 준수라는 자유무역주의와 미국 일자리 보호라는 보호무역주의가 혼재돼 있어 향후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둘지 짐작하기 어렵다. 때문에 초대 USTR 수장의 성향에 따라 미 통상 정책 방향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 외신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바이든 신 행정부의 초대 USTR 대표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바이든 당선인의 통상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제니퍼 힐먼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위원으로도 활동했던 힐먼 교수는 통상법 분야 석학으로 꼽힌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USTR 법무국장을 거쳐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위원, WTO 분쟁해결기구(DSB) 상소위원을 역임했다. 자유무역과 WTO 체제를 통한 무역질서를 지지한다.

인수위 한편에서 ‘우먼 파워’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도 힐먼 교수의 임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힐먼이 USTR 수장을 맡으면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조치는 사라지고 WTO 개혁도 적극 추진될 것”이라며 “다만 통상법 전문가인 만큼 대 중국 통상 조치 압박은 더욱 정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현 USTR 수장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유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정책 슬로건은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다. 미국 내 일자리 확대와 제조업 부흥이라는 방향성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하다.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고 대 중국 강경론자인 라이트하이저의 유임을 통해 미국 제조업 발전을 위한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유임되면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한 미국의 기존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유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이번 대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영향을 받아 한층 진보 성향이 된 민주당 지지층 변화를 염두에 둔 바이든 행정부가 USTR 대표에 과거 민주당 정부 때보다 더 진보적인 인사를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에 거론되는 인물이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ㆍ중 경제 및 안보위원회(USCC)의 마이클 웨슬 위원이다. 웨슬 위원은 노동법 강화 등 노동ㆍ환경 중심의 무역 정책을 주장하고, 과거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 반대한 전력도 있다. 다만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혼재된 바이든 행정부에선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통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노동ㆍ환경 등 특정 분야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후보는 USTR 수장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프레드 호치버그 전 수출입은행장, 론다 슈미트라인 전 ITC 위원장, 미리엄 샤피로 전 USTR 부대표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USTR 대표를 이미 오랫동안 생각해왔다고 밝혔다”며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USTR은 유럽연합(EU), 영국, 인도 등과의 무역 협상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