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자유무역·분배` 바이드노믹스...한국경제에 긍정·부정?

입력
2020.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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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역 여건 개선, 한국 경제에 긍정적
자국 우선주의 대중국 압박은 유지...부정 요인도 상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바이든의 경제정책, 이른바 `바이드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자유무역, 분배 강화 등으로 요약되는데, 트럼프 시대 때보다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압박 정책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불안 요소도 상존한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든, 친환경에 4년간 2조달러 투자

8일 바이든 캠프의 선거 공약에 따르면 바이드노믹스의 가장 핵심은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은 승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취임 후 가장 먼저 트럼프가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앞으로 4년간 2조달러를 투자해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는 `그린 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해,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바이든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전통산업 등에는 규제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아직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상하원을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강화하는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유리한 수출 환경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무역 옹호, 중산층 보호에 힘써...한국 경제에 `긍정적`

바이든은 전통적인 국제 통상질서를 옹호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역할도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바이든 신행정부가 들어서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로 인해 급격히 위축됐던 국제교역 분위기는 개선될 전망이다. 관세철폐는 물론 미국 기업의 활발한 해외 진출도 기대할 수 있어 한국의 수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드노믹스의 또 다른 특징은 성장 못지않게 분배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중산층 성장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정책 수행을 위한 재원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려 마련할 방침이다.

바이든은 종전 35%에서 21%까지 낮춘 법인세율을 다시 28% 수준으로 높이고, 자본소득세율도 현 20%에서 39.6%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런 바이든의 정책 기조는 미국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미국 내 소비를 늘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지금보다 연평균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우선주의, 대중국 압박은 변화 없어

하지만 바이든 역시 트럼프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압박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록 바이든이 자유 무역주의를 존중하지만 중국의 불공적 무역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트럼프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대중국 압박 전략을 쓰는데 한국 등 동맹국의 협조를 바라고 있어 한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는 예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우방국 공조그룹에 우리나라의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증세 정책 등을 고려할 때 바이든 당선이 우리 수출에 더 부정적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바이든이 좀 더 분배정책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여 기업보다 가계 쪽에 재정이 더 많이 투입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한국 수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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