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시가 5일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최근 일본 외무성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국 입장을 독일어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에 이어 지방 정부까지 소녀상을 둘러 싼 외교전에 참전한 것이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고야시는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시장 명의로 미테구 구청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을 표현하고 있다"며 "소녀상을 이대로 두면 일본과 독일의 우호 관계에 큰 손해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녀상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라는 일본 예술제에 전시됐을 때 많은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작품"이라며 "당시 나고야시도 소녀상 문제 때문에 행사 부담금 일부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8월 나고야에서 열린 트리엔날레에 먼저 출품된 바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극우 단체들이 행사 주최 측을 협박하면서 소녀상 전시는 결국 중단됐다. 당시 가와무라 시장도 "소녀상 전시 결정은 잘못된 일"이라고 우익 주장에 적극 동조했다. 서한만 보면 마치 소녀상 자체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극우세력을 보편적인 시민이라는 단어로 치환하고 시장의 정치적 입장까지 교묘히 녹여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한은 또 독일 정부의 증기 기관차 재생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언급하며 "소녀상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그런 노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미테구가 철거를 서두르지 않으면 독일 정부의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미테구는 일본 측 항의가 거세자 소녀상이 세워진 지 불과 10여일 만인 지난달 7일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에 돌연 철거를 명령했다. 이후 협의회가 현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현재 소녀상 철거는 잠시 보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