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약진'을 넘어 '다양화'됐다"

입력
2020.1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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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53회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 10편이 선정됐다. 후보작은 강화길의 ‘화이트 호스’(문학동네)(이하 작가이름 가나다순), 기준영의 ‘사치와 고요’(문학과지성사),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문학동네), 김혜진의 ‘불과 나의 자서전’(현대문학),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백민석의 ‘플라스틱맨’(현대문학),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문학동네), 이장욱의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문학동네), 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문학동네), 한정현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민음사)다.

한국일보문학상은 1년 간 출간된 한국 소설 중 문학적 성취가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선도할 수 있는 작품에 수여된다. 심사 대상 기간인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ISBN코드 분류에 따라 한국소설로 출간된 작품은 모두 3,545편이다. 이 중 개정판과 선집(選集), 라이트노벨과 청소년 소설 등을 제외한 소설집과 중편소설, 장편소설 단행본 205편이 예심에 올랐다. 올해 심사위원인 소설가 하성란, 이기호, 편혜영, 문학평론가 김형중, 강경석, 인아영, 시인 박연준은 지난달 21일 예심을 통해 10편의 후보작을 선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심은 줌을 통한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올해도 여성 작가의 강세는 여전했다. 수적으로는 줄었다. 지난해에는 후보작 10편 중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제외한 9편이 여성 작가 작품이었다. 올해에는 남성 작가의 작품이 3편으로 늘었다.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 백민석의 ‘플라스틱맨’, 이장욱의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등 남성 중견 작가들의 활약에 힘입은 결과다.

여성 작가의 작품 수는 줄었으나, 내용적으로는 더 다양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작가들의 분포가 두터워진 만큼 이제 그저 ‘여성 작가’라는 하나의 범주로만 묶어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아영 평론가는 “여성 작가 개개인의 문학적 기법과 전략이 점점 더 분화하고 섬세해지고 있다”며 “여성 작가로 뭉뚱그리는 것이 오히려 뭉툭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편혜영 소설가 역시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가운데서도 소재와 테마의 변주를 통해 이야기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한정현의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비롯, 박민정, 김연수, 백민석의 작품처럼 실제 우리 사회에 있었던 역사 문화적 맥락과 기록물을 소설에 적극 차용하는 작품이 다수 등장한 것 역시 특징적이다.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일종의 ‘아카이빙’ 작업을 적극 해나가는 ‘아키비스트’적 글쓰기가 하나의 경향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인아영 평론가는 “동시대 문제를 직면하기 위해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시도가 아카이빙 기법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란 한정현 등 신인 작가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하성란 소설가는 “자신이 사회 속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기존의 소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펼쳐 보이는 신인작가들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작가의 기량의 가장 절정에서 쓰여진 성취작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덧붙였다.

박연준 시인은 “약자나 피해자의 서사가 단순히 폭로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심도 있는 플롯을 통해 내밀하게 전개됐다”며 “감정적일 수 있는 소재를 감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중 평론가는 “정치적 올바름이 대두되는 최근의 흐름에서 작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고백적, 자성적 글쓰기들이 많아졌다”고 평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을 통과한 열 작품의 주요 내용과 특징은 10일부터 화·목요일자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소개 순서는 작가명 가나다순이다.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은 이달 하순 발표된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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