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은 인간의 능력으론 역부족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역량이다. 이 AI가 전 세계 패션의 흐름을 분석한다면 트렌디하면서도 잘 팔릴 만한 의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롯데가 이 기술을 실제 패션 유통에 접목하기로 했다. AI를 활용해 옷을 기획하고 제작, 유통하는 실험에 나선다.
롯데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AI 기술을 도입한 신규 브랜드 '데몬즈(de MonZ)'를 출시한다고 3일 밝혔다. 데몬즈에는 MZ세대 디자인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다는 의미를 담았다.
새 브랜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곳은 롯데온과 AI 디자인 전문 스타트업 디자이노블, 생산 스타트업 콤마 등 세 회사다. 디자이노블의 AI는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전 세계 의류 상품의 패턴과 색상, 소재 등을 분석해 상품 트렌드를 정리한다. 매 시즌의 흐름이 담긴 수백만 건의 자료를 학습하며 반복 스케치 작업을 진행, 1초에 1만개까지 상품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디자이노블 자체 조사 결과 단 72시간만 학습한 AI의 판매 예측 적중률이 10년 차 상품기획자(MD)보다 20%포인트 높은 76.8%를 기록했다.
이 AI가 디자인한 의류를 콤마가 생산하고 유통은 롯데온이 맡는다. 첫 상품은 래퍼 치타를 뮤즈로 한다. 당당한 이미지에 패션과 예술에도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치타의 감성을 패션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치타가 반려묘, 환경, 변화된 자신의 모습 등 직접 고른 이미지를 AI에 전달했고 AI는 해당 이미지에 스스로 뽑아낸 패션 데이터를 합쳐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이번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 '데몬즈 X 치타'다.
상품은 구스 다운, 플리스 다운, 후드, 맨투맨 티셔츠 등 8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롯데온에서 17일까지 한정 판매된다. 오는 6일까지는 데몬즈 출시 기념으로 전 상품을 15% 할인 판매한다. 플리스 다운이 24만7,950원, 후드 집업 11만8,850원, 아노락 재킷 18만1,260원에 구매할 수 있다. 6일에는 롯데온 라이브 방송에 치타가 출연해 상품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비자들과 소통에 나선다.
유통 과정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사용된다. 데몬즈는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시작하는 '주문생산방식'이다. 다품종소량생산이라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는 친환경 방식에 해당한다. 그동안 수요 예측과 생산 시스템이 디지털화돼 있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패션 업계에선 쓰기 힘든 방식이었지만 AI와 롯데온의 물류망을 활용해 새로운 유통 구조에 도전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달주 롯데e커머스 전략기획부문장은 "데몬즈는 롯데온이 AI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선보이는 프로젝트 브랜드"라며 "앞으로는 사진 한 장으로 AI 디자이너가 '나만의 옷'을 만들어 주는 수준까지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