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무기력한 정부, 수요 가라앉기만 기다리나

입력
2020.1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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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가을 이사철을 넘어 상시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91.1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9월) 187.0보다 4.1 포인트 오른 것으로 193.7을 기록한 2001년 8월 이래 19년여 만의 최고치다.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는 지수는 200에 가까울 수록 공급 부족 정도가 높다는 얘기다.

전세수급지수는 올 들어 4월까지 150선을 유지하다 지난 7월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시행된 뒤 8월 들어 180대로 급등한 뒤 계속 치솟는 상황이다. 주임법 시행 후 3개월 정도면 임대시장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이 턱없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이번 주에도 나올 기미가 좀처럼 안 보인다.

드러내놓고 얘기는 못 하지만 정부 역시 실효적 단기 대책은 사실상 없는 걸로 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을 거론했다. 임대면적을 85㎡까지 늘린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얘기지만, 당장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 수요를 흡수할 대안으로 밝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도 공급시기는 2023년이고, 물량도 2만여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 전세난 완화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밝힌 월세 세액공제 확대도 필요는 하지만 유효한 대책이 되긴 어렵다. 세액공제를 2배로 늘려도 치솟는 월세 부담을 감안하면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임대사업자 양도세 한시 감면이나 ‘임대차 3법’ 한시적 환원 등을 거론하지만, 그것도 현 정부 주택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 실현이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어설픈 시늉보다 구체적 공급계획으로 전세난의 상시ㆍ장기화를 막을 근본 대책 마련에 치중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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