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유세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7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확진자도 3만명이나 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10만명을 넘어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동안 그가 고집해온 현장유세가 촉매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부의 더글러스 베른하임 교수 연구팀은 6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현장유세가 진행된 18개 카운티의 코로나19 발생 추이를 분석한 논문을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SSRN에 게재했다고 미 CNBC방송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 카운티와 인구통계·코로나19 확진 추세가 비슷했던 다른 200개 카운티를 비교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18차례 유세로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총 3만명 이상이고 사망자는 70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18번의 유세 중 3번은 실내에서, 나머지 15번은 야외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현장유세를 재개해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유세 2주 후 털사에선 신규 확진이 당시 역대 최다인 206명으로 집계됐다. 미네소타주정부는 지난 9월 18일 벨트라미카운티 베미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유세와 관련해 16명의 감염 사례와 2명의 입원 사례를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논문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예방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집회에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경고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 발생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선 마스크 착용률이 높았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발생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른하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가 열렸던 지역사회는 질병과 사망이라는 관점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논문은 아직 동료 연구진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초기단계라고 CNBC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는 날을 바짝 세웠다. 앤드루 베이츠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는 자신의 자존심만 챙기는 '슈퍼 전파자' 유세를 펼쳤다"면서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의 생명조차 신경쓰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는 "모든 유세 참석자를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는 등 강력한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