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수사한 부장검사, 감찰 파견 인사 정면 비판

입력
2020.10.29 16:58
"소속 검찰청에 알리지 않고 검사 파견 결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감찰을 진행하기 위해 법무부가 일선 검찰청과 상의 없이 검사를 감찰관실로 파견하자, 국정농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가 법무부 조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복현(48ㆍ사법연수원 32기) 대전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 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부장검사는 “어제 저희 청(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수석검사가 법무부 감찰관실로 파견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경위 파악을 위해 대검에 알아보려고 하니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은 모르고 있더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해당 검사에게 하루 전 미리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면서 “대검 형사부장께서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인사를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마치 ‘박근혜 정부의 최모씨 인사농단’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검사의 파견 인사를 소속 검찰청과 상의도 없이 했다는 얘기다. 이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탈검찰화한다고 애쓴 게 몇 년째인데 굳이 일선에서 고생하며 형사사건 처리하는 검사를 법무부로 빼가느냐”고 덧붙였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최근 추 장관 지시를 받아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수사의뢰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당시 지검장 윤석열)이 무혐의 처분한 과정을 감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지시로 감찰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일선청에서 두세 명의 검사를 추가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파견에 앞서 의향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검사와 근무 인연이 있었던 대검 형사부장이 접촉했던 것뿐”이라며 “파견 전 해당 검찰청 차장검사들에게 미리 통보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미리 연락을 넣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이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남편이라는 점 △이 검사장이 앞서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 재직 중 인사를 앞두고 친한 동기들에게 “가고 싶은 자리가 있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져 월권 논란에 휩싸였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검찰 안팎에선 이 검사장이 입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이 부장검사는 올해 9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근무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를 맡아 이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ㆍ뇌물 사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특별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특수통’ 검사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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