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로 건강이 나빠져 복숭아 재배가 쉽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일손돕기에 참여해 주셔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세종시 연서면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A씨는 올해 상반기부터 농협중앙회(농협)가 진행해 온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 봉사활동`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농협은 농촌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은 사람과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연결해 주는 사업을 올해 5월부터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형태의 일손돕기 사례를 만들어내며 ‘진화한 농촌 봉사활동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져 농촌 일손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농협의 이런 활동은 농가에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봉사활동자를 연결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농가에 일손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농협중앙회 지역사회공헌부 또는 16개 지역본부 사회공헌 담당자가 이를 파악해 ‘1365 자원봉사 포털(www.1365.go.kr)’ 게시판에 등록한다. 원래 영리기업은 일손부족 수요 등록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농협은 농촌을 위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등록권한을 올해 부여받았다.
일손돕기에 참여하고 싶거나 자원봉사 실적이 필요한 직장인·학생 등은 이 게시물을 보고 봉사활동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농협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봉사활동은 코로나19 여파로 심화된 농촌 일손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지금까지 1만3,000여명의 일반인이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나 농협 지역사회공헌부로 문의하면 일손이 필요한 농가와 직접 연계해 준다. 더 많은 단체의 참여를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협력해 홍보를 강화한 결과, 기업이나 단체 등으로부터 일손돕기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실제 코레일관광개발 임직원은 이 채널을 통해 지난 5월 서울 중랑구 신내동 배농가에서 열매솎기(적과) 작업을 도우며 구슬땀을 흘렸고, GKL그랜드코리아레저 임직원도 경기 용인 소재 복숭아농가에서 열매솎기를 도운 것을 인연으로 매월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태풍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의 과일을 구매해 소외계층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그룹 신입사원 120명도 농협을 통해 지난 6월 세종시 연서면 지역 내 배·복숭아 농가에서 봉지 씌우기와 전정(가지치기) 작업을 도왔고, 하반기에 입사한 신입사원 110명도 지난달 16일 경기도 화성의 포도농가와 고구마 농가에서 일손돕기를 했다. 포스코 인재창조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농촌이 어려움이 많다고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서세종농협 김병민 조합장은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서 신입사원과 함께 최적의 복숭아 봉지 씌우기 시기에 일손을 보태주셔서 농촌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도움이 없었다면 시기를 놓쳐 복숭아 수확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공무원도 이 채널을 활용해 농촌일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도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경기사랑 봉사회원은 지난 7월 경기 화성시 송산읍에서 포도 농사를 도왔고, 10월에는 경기 용인시 화훼농가에서 일손돕기를 했다. 이밖에 직장인·대학생 등 자원봉사자 60여명도 지난 6월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일대 복숭아농가에서 봉지 씌우기 작업을 도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영태 경기사랑 봉사회장은 "농촌 일손부족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뜻깊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일손돕기 참가 인력에 상해보험을 들어주고, 중식 생수 간식 버스 등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야외 일손돕기 작업 시 거리두기 및 참여자 대상 사전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단체차량 이동 시 띄어 앉기를 실시하는 등 방역수칙 준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농협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과도 협력해 일반 국민들의 농촌일손 돕기 참여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참여 기업, 단체들과 지속적인 협업관계를 유지해 일회성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임직원만으로는 농촌 일손부족 해소가 어려운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다양한 일반인 참여 채널을 만들어 국민들과 여러 기관들이 농촌 봉사활동에 더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