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표적 수사’라던 김봉현, 체포 직후부터 로비 폭로 의사 밝혀

입력
2020.10.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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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서 여당 정치인 관련 적극 진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김봉현(46ㆍ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체포 직후부터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진술한 정황이 드러났다.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의 협박 탓에 여권 정치인 관련 진술을 털어놨다는 김 전 회장의 최근 ‘옥중편지’와 달리, 당시 만류하는 변호인단에게도 여권 정치인 로비 관련 폭로 의향을 먼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23일 체포된 이후부터 5월 중순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이 이송되기 전까지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며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진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가 거론한 인사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호(55ㆍ구속기소)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등으로 전해졌다. 2015년 이 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의 필리핀 여행 당시 체류비 등을 지급한 내용도 털어놨다.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수원지검에서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진술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진술의 배경을 두고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 “(A변호사가)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조사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당시 협조하지 않으면 본인 사건 공소 금액을 엄청 키워서 구형 20~30년 준다고 협박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입장문 내용과는 달리, 김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 진술 의향을 밝힌 정황도 나왔다. 당시 김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B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여권 인사 로비 관련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의향을 먼저 내비쳤다”면서 “변호인 입장에서 ‘사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판에서 감형을 받자’고 말렸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B변호사의 만류에도 불구, 며칠 뒤 검찰에 관련 진술을 했다고 한다.

당시 변호인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때 야권 인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뿐 아니라 B변호사, 가족이 선임한 또 다른 변호사 등을 두루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여권 인사 로비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밝히려 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사 술접대 의혹’과는 별개로, ‘여권 표적 수사’라는 입장문의 신빙성도 흔들리고 있다. 이미 김 전 회장이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를 통해 도피할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로비 관련 언론 제보를 계획했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김 전 재무이사는 2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이 위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올해 3월 말쯤 김 전 회장이 연락해서 ‘언론의 초점을 돌려야 된다, 자료가 있냐’고 물었다”며 “(이 위원장의 술접대) 사진을 보여줬더니 ‘언론 쪽이랑 선이 닿으면 한 번 뿌려서 언론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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