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소속 대전시장·국회의원 '중기부 이전저지' 정치력 시험대

입력
2020.10.27 18:00
'세종이전 의향서' 제출에 여당 정치인들 곤혹 야권선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 보여라" 촉구



정부 대전청사에 자리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 이전 추진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전을 반대하고 나선 대전지역 여권 정치인들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2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본부 조직의 '세종시 이전 의향서'를 16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자료에서 "중소ㆍ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관계부처와의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고, 부 승격 및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 정책환경 변화로 인해 증가하는 정책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전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대전시와 일부 정치인들이 의향서 제출 사실을 파악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상황이었지만 중기부가 세종시 이전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지역구 국회의원 7명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혁신도시 지정 후 시민들에게 공공기관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홍보하던 허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탈 대전'을 추진하는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힘 있는' 박영선 장관과 정치력을 겨뤄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의향서 제출 후 허 시장은 지난 20일 "중기부 세종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맞지 않고 대전시민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지역 국회의원과 이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시민들과 이전이 철회될때까지 강고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 등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중기부 이전과 함께 산하기관들도 떠난다면 대전은 공동화 등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중기부 스스로 내팽개치는 조처"라며 이전 철회를 요구했다. 박 시당위원장은 황운하, 장철민 의원과 정세균 국무총리, 진영 행안부장관을 잇달아 만나 지역경제에 미칠 타격 등을 들어 이전 재고를 요청했다.

시민단체인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중기부처럼 균형발전을 위해 이미 이전한 기관을 다시 이전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명분도 없고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반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야권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전시당 위원장도 "이전 철회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장 위원장은 "중기부가 세종시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여당소속 대전시장과 국회의원, 국회의장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될 판"이라고 힐난하고 "시민으로부터 대전 정치권력을 모두 부여받았으니 말만 앞세우지 말고 정부여당에 대전시민의 뜻을 관철시키는 역량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은 26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대전은 혁신도시로 새출발하면서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맞지 않느냐" 며 세종시 이전 추진의사를 고수해 지역정치인들의 후속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허택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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