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부캐' '소장템' 일상언어 자막에 법정제재 안 돼"

입력
2020.10.26 17:45
방심위 방송소위 "한글 파괴 심각" 법정제재 의결


한국PD연합회가 신조어를 남발한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 대한 법정제재를 예고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방심위 방송심의소위는 해당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를 의결, 전체회의에 올렸다.

한국PD연합회는 26일 '예능 프로그램의 언어에 법정제재를 가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욕설, 비속어, 혐오표현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 법정 제재를 가하려는 방심위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는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도시어부', JTBC '장르만 코미디', tvN과 XtvN의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에 대해 정체 불명의 신조어와 저속한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혼용 표현 등을 남발해 한글 파괴에 앞장섰다면서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이에 한국PD연합회는 "덕후, 찐성덕, 소장템, HIP한 데이트, 부캐 등 문제 된 자막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이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언어는 살아 있는 것이며, 사람들이 자연스레 쓰는 말이 방송에 등장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대다수 국어학자들의 의견도 인용했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법정제재를 강행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웃지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심위는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4기 방심위 출범 이후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권고해왔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자막은 '노우 The 뼈', '아이 크은랩벋아돈노덜ㄹㄹ랩'(놀면 뭐하니), 'Pa스Ta', 'ma싯겠어'(박장데소), '짜치니까', 'sh읏 알아'(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이다.

방심위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심의 관련 규정 위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지는 법정제재는 소위원회 건의에 따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법정제재가 결정되면 매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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