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조직 내 기강 관리와 관련해 "리더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근 해외 공관 직원들의 성비위 의혹 사건이 잇따르자 남성 중심의 폐쇄적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해외 공관에서 성추행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강 장관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부에 대한 신뢰는 물론이고 장관의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그 누구보다 장관인 제가 리더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들께서 평가하고, 대통령께서 평가하면 합당한 결정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외교부 혁신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성비위 근절 (노력을) 3년 넘게 해 온 만큼 제가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끊임 없이 이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언급은 듣기에 따라선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외교부 내에선 "사임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남성 중심 문화의 높은 벽과 조직 내 텃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3년 이상 임기를 이어온 장수 장관으로서의 피로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는 최근 뉴질랜드 대사관 참사관의 성추행 의혹이 한-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에서도 언급돼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울러 나이지리아 대사관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직원들의 성추행 의혹까지 잇따라 불거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다만 강 장관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외교부 안팎의 성비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외교부가 수십년 동안 폐쇄적인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탈바꿈하고 있는 전환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과거에는 직원들이 어디에 가서 하소연을 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신고와 조사도 즉각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들이 불거지고 그만큼 조사되고 징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최근 논란을 빚은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한미동맹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일부 표현 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지난 12일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해서 앞으로의 70년도 미국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맹목적인 한미 동맹이 아니라 국익이 뒷받침된 굳건한 동맹을 강조한 발언이었으나 주미대사로서 적절한 언행이 아니라는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강 장관은 "대사의 발언 취지 등을 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모종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