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계속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당연히 그렇게 했었어야 되는 결과"라고 26일 평가했다. 백신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접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독감과 무관하게 여러 기저질환 등의 이유로 사망하신 분들인데, 최근에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이나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신고 사례가 많았던 걸로 일단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23일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26건을 검토한 결과, 모두 사망과 예방 접종과 직접 인과성이 매우 낮다면서 예방 접종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을 권고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이자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역시 같은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분자(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람)만 보지 말고 분모(노년층 중 전체 사망자 등)를 봐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망자 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중 하루 약 65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나온다"라며 "지난해에는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에도 다른 요인하고 연결을 했을텐데 올해는 독감 백신 얘기가 계속 나오니까 이것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기 교수에 따르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들이 이례적으로 지난주 금요일(23일), 토요일(24일) 이틀 연속 회의를 열었다.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했다고 신고를 받은 26명에 대해서 사인을 검토를 했는데, 이중 20명에 대해서 가족 동의를 얻어 부검을 실시했다. 6명은 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부검을 하지 않았다.
기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확실하게 관련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 7명이었고, 나머지는 뭔가 질병이 있어서 (독감 백신과 직접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추가로 검사를 해 보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그는 "부검을 하지 않은 6명은 역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이야기가 나왔다고"고 덧붙였다.
또 기저질환이 없는데 사망했다고 알려진 경우에도 국과수의 부검 결과 대동맥박리나 폐색전증, 뇌출혈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분명 기저질환이 없다고 했던 분들인데 부검에서 여러 질환들이 나왔다"라며 "사인을 보면 의사들이라면 누구나 다 납득이 가는 요인들"이라고 전했다.
동일 제조번호(로트번호)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이상 반응을 보인 사례도 아직까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하나의 제조번호 당 적게는 5만개에서 15만개까지 (접종분이) 된다"라면서 "만약에 한 로트가 문제라면 그 제조 번호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 사례부터 사망까지 집단적으로 발생해야 되는데, 그렇게 발생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망자의 제조 번호가 쏠려 있지 않은 이상 백신을 사망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로선 독감 백신처럼 안전한 백신이 지금까지 없다"라며 "다른 백신보다 훨씬 더 안전성이 증명됐고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1,000만명 이상이 10년 넘게 맞고 있는 백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