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독감 백신이 더 무서워요."
21일 오후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서울 동대문구 동네 병원에 예약 접수를 해뒀던 박모(25)씨는 방문 예약을 취소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는 뉴스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번 독감 백신은 병 걸릴 위험을 줄여 준다기보다, 오히려 백신 자체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준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한 뒤 숨진 사례가 전국에 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독감 백신 접종을 계획했던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독감 유행이 같은 시기에 겹치는 상황(트윈 팬데믹)을 피하기 위해 올해 독감 백신 접종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정작 백신 접종 자체로 사고가 잇따르고 있서 접종 여부를 두고도 혼란이 증폭되는 중이다.
독감 백신 접종을 계획했던 시민들은 줄줄이 접종을 취소하거나 미뤘다. 이날 서울의료원을 찾은 심모(69)씨는 "원래 이번 주 내 접종하려 했는데, 식구들이 모두 극구 말렸다"며 "고혈압도 있어 부작용이 걱정돼 주사를 안 맞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지현(50)씨 역시 "기저질환이 있다든지, 고령이라든지 독감 취약 계층이라면 백신을 맞겠지만 두 경우 모두 해당되지 않으니 굳이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미 백신 접종을 맞은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석옥자(73)씨는 "오빠가 이미 접종을 맞았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성모(34)씨는 "아이가 독감에 걸릴까봐 전날 빠르게 백신 접종을 맞혔는데, 이렇게 사망 사례가 연이을 줄 알았다면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할 걸 후회가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백신 접종을 담당하는 일선 병의원에는 관련 문의가 쇄도하는 중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소아과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우리 병원에서 쓰는 백신이 안전한지 묻는 전화가 어제 10통 넘게 걸려왔다"면서 "특히 어떤 업체가 백신을 제조했는지, 병원에서 보관은 잘 하는지를 꽤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종로구 보건소 측은 "독감 백신 접종은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까지 접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까지 독감 백신을 접종한 1,297만 건 중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총 9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