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이 행동해야 한다. 어서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아들 문제를 전면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에 이어 법무장관에게도 공개적으로 즉각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지지율 열세 만회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촉구가 허위정보에 기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 출연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헌터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면서 대선 전에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인터뷰 서두부터 "그(바이든) 가족의 모든 부패를 보라"며 "누구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헌터 의혹 보도 근거인 노트북을 두고 "이건 지옥에서 온 랩톱"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법무장관이 이 문제를 다룰 누군가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며 특별검사 수사를 주장한 뒤 "선거 전에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일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바이든 후보 가족과 우크라이나ㆍ중국 등 외국기업의 이해관계를 다룬 15일자 뉴욕포스트 보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 근거인 노트북의 존재를 뉴욕포스트에 맨 처음 알리고 직접 전달한 사람이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배넌과 루디 줄리아니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보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다수의 뉴욕포스트 기자들이 해당 자료에 대한 검증 부족을 지적하며 바이라인(기사 말미에 밝히는 기자명) 게재를 거부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정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개입한 허위정보 음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미국의 전적 정보수장 및 고위관리 50여명은 전날 "러시아 개입을 의심하게 만드는 다수 요소가 있다"며 러시아의 공작 가능성을 거론했다.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던 현 정보당국도 러시아가 이번 대선에도 개입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캠프가 쓸 데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자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프랭크 룬츠는 이날 영국 전략자문사인 글로벌 카운슬 브리핑에서 "트럼프 참모들이 헌터 문제를 '승리 이슈'로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누구도 헌터를 신경쓰지 않는데 트럼프는 왜 그에게 모든 시간을 쏟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캠프보다 못하는 캠프를 본 적이 없다"면서 "참모들을 정치적 배임 혐의로 소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