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도체 산업 신규 투자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는 잘 이어갈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베트남 정부 공보 등에 따르면 이날 푹 총리는 2박3일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이 부회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삼성은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베트남 발전에 계속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삼성이 베트남에도 반도체 공장을 지어 전기ㆍ전자 산업 공급망을 보완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표방해 국가 발전 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자산업 클러스터 개발 계획'에 중추로 참여해달라는 취지다.
푹 총리는 삼성의 신규 사업 유치에 대한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삼성이 하이테크 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지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베트남은 향후 삼성의 사업 추진에 있어 최고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0년 동안 삼성의 성공을 축하한 푹 총리는 "윈윈(Win-Win) 정신으로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도 삼성과의 전략적 협력 및 경영ㆍ투자 과정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 해외 진출과 관련해 즉답을 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베트남 정부의 지원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인 베트남 사업장들이 안전한 생산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삼성도 더 노력해 베트남 내 경영 및 투자 활동을 잘 전개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약속했던 하노이 삼성전자 모바일 연구개발(R&D)센터를 2022년 말에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등 제조 뿐 아니라 R&D 투자와 현지 기업 협력을 계속 진행하겠다"며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3,000여명의 삼성 엔지니어들의 예외입국을 승인해준 베트남 정부와 유관부처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는 2018년 10월 하노이에서 삼성 총수 자격으로 푹 총리와 처음 단독 면담을 가졌다. 당시에도 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성공은 곧 베트남의 성공"이라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으며, 지난해 11월 푹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성사된 두 번째 만남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베트남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중요 기업인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패스트트랙(입국절차 간소화)' 절차를 적용 받아 공항에서 간단한 검사만 받고 하노이 시내 호텔로 향했다. 그는 지난 2월 하노이에 건설 중인 R&D센터 착공식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1일 R&D센터 현장 방문 일정 등을 진행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1995년 호찌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삼성은 2008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2013년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을 설립해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두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르는 연간 1억5,000여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생기자 올해 베트남 공장의 휴대폰 생산을 더 늘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