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회피, 방해했다는 취지의 감사원장 폭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인 산업부에 의심의 눈초리가 더해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 저항이 굉장히 많은 감사였다"며 "국회 감사 요구 이후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작심발언을 내놨다. 월성 1호기 감사가 계속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설명에서다.
감사원은 국회 요청에 따라 지난 해 10월부터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대상으로 1년째 감사를 벌이고 있다. 법정시한(2월)은 이미 넘겼고 이달만 해도 7, 8, 12, 13일에 걸쳐 감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아직 의결을 못했다.
그런데 최재형 원장이 감사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산업부의 방해를 언급한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면 산업부 직원들은 감사원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특히 위증죄가 적용되는 국감장에서 나온 감사원장의 발언이어서 무게감이 상당하다.
납득하기 어려운 건 산업부 태도다. 감사원장의 이런 폭로에도 조용하다. 산업부 대변인실은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고 원전산업 정책 관련한 부서 직원, 실무 책임자들도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직원들 사이에선 "감사원장이 저 정도 발언을 했다면 산업부가 항의하거나 최소한 사실 관계에 대한 해명을 내놔야 정상인데 그렇지 못하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히 내주로 예정된 감사 결과 직전, 터져 나온 감사원장의 이 발언은 사실상 감사 결과의 방향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정부 안팎에서 흘러 나온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피감기관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나왔다. 최 원장은 지난 2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감사 법정시한을 넘기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사건 초기 단계에서 자료 제출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감사가 길어지며 감사원과 산업부의 불편한 관계도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감사보고서 채택을 보류하고 담당 국장을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보완 조사를 시작한 뒤 두 부처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산업부와 한수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감사원이 기존 감사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 감사를 시작하는 것 같다"는 호소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장의 이번 폭탄 발언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22일로 예정된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