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범 1개월을 맞이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스타일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개월간 활발한 민관 교류, 체감도 높은 정책, 속도감 있는 추진 등으로 순항 중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일본학술회의 논란 등에서는 권위주의 성향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모토로 내세우며 칸막이 행정과 기득권, 나쁜 전례 타파 등 행정ㆍ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 결과 그는 취임 후 지난 13일까지 총 51차례에 걸쳐 70여명의 민간인을 면담했다. 기업인 24명, 일본의사회장 등 직능단체 수장 19명, 학자 9명 등이었다. 이 중 일부는 정부 회의에 참여시키거나 이들의 견해를 간판 정책 등에 반영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휴대전화요금 인하와 행정기관 도장문화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생활밀착형 정책들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그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들이다. 이념 색채가 강한 정책과 외교를 앞세웠던 아베 정권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정책 추진에서는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도장문화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장관이 14일 온라인 강연에서 스가 총리의 스타일을 '성급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고노 장관은 "스가 총리가 지시 후 1주일도 안 돼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며 보고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휴대전화요금 인하의 경우 일본의 3대 이동통신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소프트뱅크는 기존보다 저렴한 월 5만엔(약 5만5,000원) 미만의 새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NTT도코모와 KDDI도 요금 인하를 검토 중이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부터 "통신비를 40%정도 낮출 수 있다"며 의욕을 보여 왔다. 이에 이통사들 사이에선 "(정부의) 압력이 대단하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관료와 기업을 압박하면서 단기 성과 도출에 역점을 두는 건 임기 1년짜리 총리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중의원 선거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한 뒤 명실상부한 스가 정권을 열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중의 욕구에 영합한 포퓰리즘 정책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아울러 일본학술회의 논란처럼 인사권을 휘둘러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들을 배제하는 '아베 정치' 답습도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