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철거 시도 日 신임 총리 스가의 조급증 탓"

입력
2020.10.15 10:50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라디오 인터뷰
"소녀상 철거 보류, 일본의 로비 실패한 것"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최근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신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호사카 교수는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표면적으로 위에서 (소녀상 철거 움직임에)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베를린 미테구의 허가로 지난달 말 소녀상이 세워지자 일본에서는 관방장관, 외무상이 나섰고 주독 일본대사관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전방위적 공세를 펼쳤다.

호사카 교수는 이런 움직임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 물밑에서 이런 일들을 했는데, 총리가 되니 자기가 그 위에서 다시 했다(고 보여주는 것)"라고 주장했다.

이는 관련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오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호사카 교수는 "(소녀상 철거 시도 등을) 하지 않으면 또 안 되는 상황은 일본 내에서 지금 지지율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출범 초기 각종 조사서 60~70%대를 유지하던 스가 정부 지지율은 전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여론조사(9~11일 전화로 조사 1,284명 응답)에서는 55%로 나타났다. 호사카 교수는 지지율 하락세의 배경엔 스가 총리의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학술회의는) 학자의 국회라고 불리는 국가단체로, 총리가 210명의 회원을 임명한다"라며 "임명 거부는 역사적으로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베를린 소녀상 철거가 일단 보류된 점 역시 앞으로 스가 정권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측 반발을 의식해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던 베를린 미테구청은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자 이를 당분간 그대로 둔 채 합의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이에 "독일(소녀상 사례)은 일본이 로비를 실패한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일본에서 이번에 굉장히 놀랐던 것은 슈뢰더(전 독일총리) 부부가 나눔의집까지 갔고, 철거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라며 "그리고 아내가 한국 사람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한국 여성들의 세계적인 활약이 또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아내인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는 전날 인터뷰에서 "철거를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는 제 이름으로 낸 것이고 남편은 이를 지지해 줬다"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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