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는 비자가 나올 줄 알았어요. 1년 가까이 비자가 안 나오다가 결국 거부당하고, 10월까지 환불조차 못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15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A씨는 한국일보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에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비자 환불 사건'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A씨는 우즈벡 현지 한 유학원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다. 한국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적당한 기관과 비자를 소개해주는 컨설턴트 역할도 병행한다.
평범한 강사인 A씨가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서강직업전문학교가 우즈벡 학생들에게 우수사설기관외국인연수 비자(D-4-6)를 발급해줄 수 있다며 간담회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서강학교는 국내외 학생을 대상으로 정보통신ㆍ경찰ㆍ경호ㆍ사회복지 등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직업교육기관이다. 지난해 베트남과 유치 협약을 맺고 유학생을 받기도 했다.
서강학교가 소개한 D-4-6 비자는 체류 기간이 2년 이하인 일반 연수비자(D-4)의 한 종류로, 2014년부터 시행됐다. 국공립 연수기관 등 공립 기관이 아닌 우수사설기관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게 만든 게 골자다. 시행 이후 사설 기관이 몰려들어 총 신청 건수가 900여건에 달한다.
A씨는 "설명회 때 서강학교가 두세 달이면 비자가 반드시 나올 것처럼 안내해 학생들 기대가 컸다"며 "유학 비용이 700만원이었는데, 우즈벡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을 학생들이 낸 것도 이런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학생 52명, 약 2억9,000만원이 모였다.
그러나 올해 5월이 지나도록 비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학원에 문의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비자 발급이 늦어진다. 계약 조건상 환불은 비자 발급 여부가 결정되고 2달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2년치 연봉을 쏟아 부은 학생들은 그 사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도, 목돈을 굴려 새로운 투자를 하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학비로 약 400만원을 냈던 자수르(26)씨는 "우즈벡에도 코로나19가 번져 제조업에 종사하던 부모님이 모두 실직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학원에서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6개월 넘게 온 가족이 굶다시피 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아지즈(20)씨는 "아버지가 폐렴에 걸려 치료비가 급히 필요한데 돈을 돌려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이밖에도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려 유학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기다림에 지친 학생들은 5월 서강학교에 환불 신청서까지 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결국엔 비자 발급도 거부당했다. 서울 남부출입국사무소는 불허 사유로 '초청 기관의 초청 자격이 부적격하다'고 밝혔다. A씨는 "초청 기관의 부적격 문제로 비자발급이 안 되고 있던 상황에서, 서강학교가 학생들의 환불 요청에 응하지도 않고 있던 것"이라며 배신감을 쏟아냈다. 학생들이 지금이라도 환불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강학교는 8월에 학생들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똑같은 서류로 또 다시 비자를 신청했고, 지난달 같은 사유로 비자발급을 거절당했다. 학생들은 "전형적인 시간끌기"라며 유학원 등을 우즈벡 현지 경찰에 고소했다.
서강학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강학교 관계자는 "△외국인 기숙사 △한학기 400만원 이상의 수업료 △주중 15시간 강의 등 법무부 지침에 나온 자격 조건을 다 갖췄는데도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허가기관인 법무부에 빨리 승인을 해달라고 재촉을 했다가 심사에 손해를 볼 수도 있어 기간이 미뤄져도 달리 항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환불이 지연된 건 맞지만 당초 계약에 따른 것이었고 전날부터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에 비자 발급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것처럼 홍보를 하고, 계약서에 환불 관련 독소 조항까지 넣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D-4-6 비자 허가율은 26.4%(신청 건수 917건 중 허가 264건)밖에 안 된다.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사는 "유학 희망 학생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한국의 비자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수년째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피해 학생이 없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학교의 비자 신청이 거절된 사유를 묻는 질문에 법무부는 "법인의 비밀에 해당해 본인 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평균 허가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별도로 보유ㆍ관리하는 자료에 해당하지 않아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