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이 '우리 제품 써라' 종용" 의혹...소방청 부실 관리

입력
2020.10.13 12:46


소방용품을 판매하는 민간 소방시설업체 대표가 소방본부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심의위원의 업체 제품이 경기도 소재 대형 물류센터에서 설치된 것으로 전해져 소방청의 심의 부실 관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국민의 힘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경기와 인천 소방본부에서 2015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화재안전성능 평가단으로 활동한 A씨가 심의과정에서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사용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A씨는 심의하는 건축물 내 스프링클러가 건식으로 설치돼 있으면 "습식 스프링클러를 적용하라"고 지속적으로 발언했고, 18차례에 걸쳐 자신의 업체 제품을 사용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건축물 스프링클러 습식 방식에 설치하는 동파방지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의 대표다. 총 68회에 걸쳐 성능 위주 설계심의에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은 "A씨 자사 제품이 설치된 2건의 경기도 소재 대형 물류센터의 설비금액은 수십억 규모에 달한다"며 "소방청이 비리 정황을 잘 알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지적에 정문호 소방청장은 "조사해 본 결과 일부 부적절한 과정이 있었던 거로 파악됐다"며 "공정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활용해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방시설 설치와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연 면적 20만㎡ 이상인 특정소방건축물은 화재안전설계와 화재안전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이 검증을 위해 지역 소방본부는 화재안전성능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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