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가 트럼프를 칭찬?... "맥락 어긋난 짜깁기" 발끈

입력
2020.10.12 13:00
트럼프 캠프, 대선 격전지 TV 광고에
공무원 노력 호평한 파우치 발언 인용
파우치 "정치인 지지한 적 없어" 발끈

“50년 공직 생활 동안 어떤 정치적 후보도 공개 지지한 적이 없다.”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총책임자 격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 직격탄을 날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가 파우치 소장의 발언을 임의로 편집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한 것처럼 정치광고에 사용했다는 이유다. 트럼프 캠프는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파우치 소장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5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면서 정치적 후보 누구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격전지 미시간주(州)에서 방영 중인 트럼프 캠프의 정치광고 때문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퇴원한 후부터 방영된 광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고, 미국도 그렇다”며 “함께 우리는 도전에 맞서고, 노인들을 보호하고, 기록적인 시간 내에 생명을 구하는 약을 얻었으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논란이 된 부분은 광고 중간 삽입된 “누구도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이다. CNN은 “해당 발언은 지난 3월 파우치 소장의 폭스뉴스 인터뷰 중 한 대목”이라며 “(광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운 것으로 보이게끔 편집했다”고 비판했다.

파우치 소장은 발끈했다. 그는 방송에 “당시 발언은 연방정부 소속 공중보건 공무원들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언급한 것”이라며 “트럼프 측 선거 광고는 맥락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광고에 내 이름과 발언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측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팀 머토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광고 내용은) 파우치 소장 자신이 한 말”이라며 “그가 트럼프 행정부가 한 일을 칭찬한, 전국으로 방송된 TV 인터뷰”라고 주장했다.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이 여러 차례 충돌했음에도 광고에 인용한 것은 파우치를 향한 미국민의 높은 신뢰 때문으로 보인다. CNN은 “파우치가 유권자들이 믿는 목소리라는 점을 트럼프 캠프가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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