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가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항의하며 현지 당국에 이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소연 슈뢰더-김(김소연)씨는 11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계정에 슈테판 폰 다쎌 베를린 미테구청장 앞으로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슈뢰더 부부는 편지에서 "구청의 결정을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反)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부부는 이어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라며 "미테구청이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나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 독립된 시민단체는 일본의 전쟁범죄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끝으로 "미테구가 평화의 소녀상 허가를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미테구는 한국계 시민단체 '코리아 협의회'가 과거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서술한 비문 설치 등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설치 허가를 취소하고 14일까지 철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다. 그는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부터 7년간 재임한 슈뢰더 전 총리는 2017년 9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을 직접 찾는 등 한국 역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2018년에는 자신의 통역사로 일하다 연인 관계로 발전한 김씨와 결혼했다.